Marketing COLUMN

홈페이지 개편, 무엇을 바꾸고 남길까

26.08.20

어제 피터스 홈페이지를 새로 열었습니다.

그런데 들어와 보신 분들은 아마 아무것도 못 알아채셨을 겁니다. 화면이 그대로거든요. 메뉴 순서도 같고, 글도 그대로입니다.

사실 이번 작업은 개발 언어부터 통째로 갈아엎은 전면 재구축이었습니다. 밑바닥을 전부 걷어내고 새로 지었습니다. 그런데 겉은 하나도 안 바꿨습니다.

그게 의도였습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홈페이지에는 보이는 부분과 보이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원장님들과 홈페이지 이야기를 하다 보면, 대화가 대부분 보이는 쪽에 머뭅니다. 디자인이 세련됐는지, 사진이 좋은지, 색이 병원 분위기와 맞는지.

당연한 일입니다. 눈에 보이는 게 그것뿐이니까요. 그리고 예전에는 그게 거의 전부이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그 뒤에 있는 것들이 더 크게 작용합니다. 주소가 어떻게 생겼는지, 화면의 글자가 진짜 텍스트인지 이미지인지, 페이지가 어떤 단위로 나뉘어 있는지, 정보가 기계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정리돼 있는지. 검색엔진과 AI가 우리 병원을 파악할 때 읽어가는 건 전부 이쪽입니다.

문제는 이 부분이 원장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화면만 봐서는 잘 만든 홈페이지인지 알 방법이 없습니다. 예쁘게 잘 나온 홈페이지가 속은 텅 비어 있는 경우도 많고, 반대로 수수해 보이는데 안이 잘 정리된 경우도 있습니다. 둘을 구분하려면 소스를 열어봐야 하는데, 그걸 하실 원장님은 안 계십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번 개편에서 보이는 쪽은 거의 손대지 않고, 보이지 않는 쪽을 전부 바꿨습니다.

왜 밑바닥부터 바꿔야 했나

기존 사이트는 오래된 게시판 구조 위에 얹혀 있었습니다. 처음 만들 때는 그게 표준이었고, 몇 년간 잘 굴러갔습니다.

걸린 건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읽히기 어려운 구조였습니다. 칼럼 한 편의 주소가 이런 식이었습니다.

/html/board/dentist_view.html?bid=90

이 주소만 보고는 무슨 글인지 아무도 모릅니다. 사람도, 검색엔진도, AI는 더더욱요. 카카오톡으로 링크를 보내도 제목이 안 뜹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희가 원장님들께 권해온 것들을 정작 저희 사이트에서 하기 어려운 구조였습니다.

둘째, 운영에 손이 너무 많이 갔습니다. 글 하나 올리는 것도, 페이지 하나 추가하는 것도 매번 개발이 붙어야 했습니다. 이러면 고쳐야 할 게 생겨도 미루게 됩니다. 미루면 정보가 어긋나기 시작하고요.

먼저, 안 바꾼 것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 화면 구성과 메뉴 순서 — 그대로 뒀습니다

  • 글의 내용 — 칼럼 32편을 한 글자도 고치지 않았습니다

  • 저희가 하는 말 — 달라진 게 없습니다

왜 안 바꿨느냐. 홈페이지 개편에서 가장 흔한 실수가 "이왕 하는 김에 다 바꾸자" 이기 때문입니다.

이러면 두 가지가 생깁니다. 첫째, 익숙해진 방문자가 길을 잃습니다. 둘째, 이게 더 큰데, 무엇이 효과가 있었는지 알 수 없게 됩니다. 한 번에 열 가지를 바꾸면 결과가 좋아져도 왜 좋아졌는지 모릅니다. 나빠져도 무엇 때문인지 모릅니다.

바꿀 이유가 분명한 것만 바꾸는 것. 그게 다음에 판단할 근거를 남기는 방법입니다.

바꾼 것

주소 체계를 정리했습니다.

예전

지금

/html/main/index.html

/

/html/sub/about.html

/about

/html/board/dentist.html

/column

/html/board/dentist_view.html?bid=90

/column/글-제목

주소만 봐도 무슨 페이지인지 알 수 있게 됐습니다. 링크를 공유하면 제목이 보이고, 검색엔진과 AI도 주소에서 맥락을 읽습니다.

페이지를 주제 단위로 나눴습니다. 예전에는 서비스 소개가 한 덩어리였는데, 브랜딩·마케팅 전략·AI 대응처럼 주제별로 각각 독립된 주소를 갖게 했습니다. 하나의 주소가 하나의 주제를 설명하는 구조입니다.

기계가 읽을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요즘 방식으로 홈페이지를 만들면 화면에는 글자가 보이는데 정작 소스에는 아무것도 없는 경우가 생깁니다. 사람 눈에는 멀쩡한데 검색엔진과 AI에게는 빈 페이지로 보입니다. 이 함정을 피하는 것을 조건으로 걸고 만들었습니다.

운영이 쉬워지게 만들었습니다. 이제 글을 올리고 페이지를 고치는 데 개발이 붙지 않습니다. 앞으로 몇 년간 어긋난 걸 바로바로 고칠 수 있느냐가 여기서 갈립니다.

가장 신경 쓴 것 — 예전 주소를 버리지 않는 일

여기가 이 글에서 가장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입니다.

주소가 바뀌면 그동안 쌓인 것이 끊깁니다. 검색 결과에 잡혀 있던 순위, 다른 사이트에서 걸어둔 링크, 즐겨찾기에 넣어둔 페이지. 새 주소로 안내해주지 않으면 전부 막다른 길이 됩니다.

몇 년치가 하루아침에 사라집니다. 그리고 개편 직후에는 티가 잘 안 납니다. 두세 달 지나 "요즘 유입이 왜 이러지" 할 때쯤 드러납니다.

그래서 예전 주소를 하나하나 새 주소에 연결했습니다. 목록 페이지만 연결한 게 아니라 개별 글까지 1:1로 이었습니다.

/html/board/dentist_view.html?bid=90

/column/치과마케팅-이성적인-의사와-감성적인-환자

지금도 예전 주소로 들어오시면 그 글이 그대로 열립니다.

그런데 이 작업이 제대로 됐는지, 원장님이 확인하실 방법은 사실상 없습니다. 화면은 어차피 똑같이 열리니까요. 그래서 생략해도 아무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래서 자주 생략됩니다.

그래서 원장님이 홈페이지를 새로 만드실 때, 업체에 이 질문 하나는 꼭 하셨으면 합니다.

"예전 주소는 새 주소로 연결되나요? 목록 말고, 글 하나하나까지요."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하는지로 그 업체가 무엇을 아는지 대략 드러납니다.

그렇다고, 안 바꾸는 게 늘 정답은 아닙니다

저희 이야기만 하면 오해가 생길 것 같아 덧붙입니다. 전면 개편이 필요한 때는 분명히 있습니다.

  • 병원의 방향이 달라졌을 때 — 주력 진료가 바뀌었거나, 이전·확장을 했거나, 의료진 구성이 크게 달라졌다면 담을 그릇 자체가 안 맞습니다

  • 지금 화면이 환자의 결정을 방해할 때 — 모바일에서 글자가 안 읽히거나, 상담 예약까지 가는 길이 끊겨 있다면 그건 미루실 일이 아닙니다

  • 고쳐 쓰는 비용이 새로 만드는 비용을 넘어설 때 — 이 경우가 생각보다 자주 있습니다

저희는 여기 해당하지 않았습니다. 콘텐츠도 화면도 아직 유효한데 밑바닥만 낡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밑바닥만 바꿨습니다.

판단 기준은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먼저 정하고, 그다음에 범위를 정하는 것. 순서가 뒤집혀서 범위부터 정하고 문제를 찾기 시작하면, 결론은 늘 전면 개편이 됩니다.

그리고 개편은 이벤트가 아니라 시작입니다

새로 만든 날이 가장 깔끔한 상태이고, 그다음부터는 계속 어긋납니다. 진료시간이 바뀌고, 의료진이 바뀌고, 공지가 남습니다.

저희 홈페이지도 예외가 아닙니다. 그래서 저희는 저희 사이트도 매달 들여다봅니다. 원장님 병원을 보듯이요.

원장님 병원 홈페이지를 새로 만드실 때

정리하면 이 다섯 가지만 확인하셔도 큰 사고는 피하실 수 있습니다.

  • 예전 주소가 새 주소로 하나하나 연결되는가 — 가장 중요합니다

  • 화면의 글자가 이미지가 아니라 텍스트인가

  • 진료별로 주소가 나뉘어 있는가

  • 앞으로 글과 정보를 병원에서 직접 고칠 수 있는가

  • 열고 나서 한 달간 유입이 어떻게 변했는지 볼 사람이 있는가

마지막 항목이 의외로 잘 빠집니다. 만드는 것까지가 계약이고 그 뒤는 아무도 안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무리

겉을 바꾸는 일은 빠릅니다. 새 디자인은 눈에 보이고, 바꿨다는 느낌도 확실합니다.

속을 바꾸는 일은 오래 걸리고 티도 안 납니다. 주소를 정리하고, 예전 주소를 하나하나 연결하고, 소스에 글자가 들어가게 만드는 일. 다 끝내고 열어도 아무도 "와, 달라졌네요"라고 말해주지 않습니다.

이번 개편에서 저희가 한 일의 대부분이 그런 것들이었습니다. 말씀드려도 확인하기 어렵고, 안 해도 티가 나지 않는 일들. 그래도 합니다. 몇 년 뒤에 차이를 만드는 건 대개 그런 쪽이기 때문입니다.

저희 홈페이지는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아직 만드는 중입니다.